- 황용동 2곳, 문무대왕면 범곡리 1곳 등
- 땅밀림은 일반 산사태보다 위력이 커
- 강우 시 피해 방지 위한 선제적 대책 필요
- 녹색연합, 경주 대형 산사태 대책 보고서 발간
[신라신문=은재원 기자] 경주 토함산 정상을 중심으로 북쪽과 동쪽 3개소의 대형 산사태 현장에서 '땅밀림' 현상이 확인됐다.
17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경주 대형 산사태 대책 보고서'를 통해 경주 무장산·함월산·토함산 일대 73곳에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이 중 3곳에서 땅밀림이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땅밀림이 확인된 곳은 경주시 황용동 2곳과 문무대왕면 범곡리 1곳이며 이 중 황용동 산 일대 1곳에서 확인된 땅밀림 진행 면적만 3700평가량으로 945번 지방도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지점은 녹색연합과 경주국립공원사무소, 전문가 등이 합동으로 지난 6월 말부터 7월에 걸쳐 진행한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땅밀림'은 일반 산사태보다 수십배 위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땅밀림은 당장 터지지 않는다. 그러나 폭우와 지진을 만나면 지반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져내려 산 아래 계곡부로 밀고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경주 황용동 대형 산사태 땅밀림 현장
경주시 황용동 산116번지 일대에서 땅밀림이 2개소 확인됐다. 경주시 황용가압장 맞은편 계곡 위, 신광천을 따라 이어지는 945번 지방도로 건너편 계곡에도 땅밀림이 진행 중이다.
경주 황용동 1번 땅밀림 현장은 확인된 진행 면적만 3700평 가량이다. 현장은 35도를 넘는 급경사지다. 국내 땅밀림 현장 중에서 이례적으로 경사가 매우 급하다. 현재도 붕괴와 붕락 등 흙이 쓸려 내려가고 있다.
골짜기 입구부터 토석류로 내려온 바위와 돌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작은 승용차 냉장고, 책상 크기만한 바위부터 뿌리가 뽑힌 채 쓰러진 나무와 흙, 모래 등이 계곡 바닥에 꽉 들어차 있다.
폭우나 지진으로 진행 중인 땅밀림이 터지면 수천 톤의 토석이 기존 산사태 피해로 널려 있는 토석을 함께 끌고 아래 신광천을 덮칠 수 있다. 계곡 옆에 위치한 945번 지방도로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문제는 하나의 계곡 유로에 두 곳의 대형 산사태 땅밀림이 진행 중인 점이다. 이 두 곳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대형 산사태 위험지역이다.
두 개의 땅밀림이 이어지는 계곡에 산사태 위험은 곧 945번 지방도로에 대형 산사태가 밀려들어도 도로 노반 붕괴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945번 지방도로는 경북도와 경주시가 관리하는 도로다.
도로 및 운전자 안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강우가 발생할 경우 선제적으로 도로를 통제하는 안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경주 문무대왕면 대형 산사태 땅밀림 현황
토함산 정상에서 문무대왕면 범곡리 마을로 이어지는 곳에도 땅밀림이 발생했다. 경주시 문무대왕면 범곡리 산 286 일대다.
이곳은 지난 5월에 확인된 24개소 산사태 발생지역 중 가장 큰 규모의 대형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곳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이곳 바로 옆에 또 하나의 대형 산사태가 꿈틀거리고 있다. 산림 속의 등고선을 따라서 횡으로 약 30m 길이로 1m 이상 지층이 내려앉았다. 측면에서는 위아래 종단으로 30m~40m 길이로 틈이 벌어져 있다. 전형적인 땅밀림의 모습이다.
땅밀림 현장부터 계곡 아래로 연결된 문무대왕면 범곡리 마을은 당장 올여름 폭우나 집중호우가 내릴 시 선제적인 대피 명령과 집행이 필요하다.
또한 범곡리에 기존 설치된 산사태 방지 시설에 대한 정밀 진단도 시급하다. 기존 시설이 땅밀림이 터질 때 쏟아져 내려오는 토사량을 감당할 수 있는지 전문가의 정밀한 검토와 다방면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땅밀림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사전에 땅밀림 현장의 예상 피해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본격적이고 입체적으로 대비하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다. 방심하고 방치한다면 대형 지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반 붕괴 이상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토함산, 함월산, 무장봉 일대에서 산사태가 계속 확인되고 있으니 경주시와 경북도는 문무대왕면, 외동읍, 진현동, 마동, 하동, 황용동, 암곡동 등의 산지에 대해 산사태 특별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산지 전체를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하는 것이 필여하고 특히 땅밀림에 대해서 본격적인 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후위기로 산사태 재난이 계속되고 있다"며 "폭우에 땅밀림은 언제든지 대형 산사태로 발전할 수 있으니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