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논단] APEC은 끝났다, 이제 경주의 '진짜 성장 전략'을 말할 차례다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경주시는 여전히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라는 말로 지난 시간을 정리하려 한다. 분명 APEC은 경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국제행사였고, 도시 브랜드를 세계에 알린 계기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새해를 맞은 지금, 시민들이 묻고 싶은 것은 과거의 성과가 아니라 그 이후 경주는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행사는 끝났고, 박수도 잦아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다. 하지만 경주시의 새해 구상에서 구체적인 전략은 여전히 잘 보이지 않는다. APEC 이후 관광객 수치, 국제 인지도, 외교적 성과만 반복될 뿐, 이를 산업·일자리·인구·재정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희미하다.
첫째, 경주는 이제 ‘행사 도시’가 아니라 국제 문화·관광 산업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 APEC을 통해 확보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단발성 교류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국제회의·포럼·문화행사가 상시 열리는 구조로 제도화해야 한다. MICE 산업을 뒷받침할 전문 인력 양성, 민간 주도 운영 체계, 지역 상권과의 실질적 연계 전략 없이는 APEC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뿐이다.
둘째, 관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경주의 미래 성장 동력은 문화유산 기반 신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디지털 헤리티지, 문화 콘텐츠, 역사 기반 AI·XR 산업, 전통과 기술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세계적 문화유산을 보유하고도 이를 산업화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행정의 무능이자 전략 부재다.
셋째,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는 미래가 없다. APEC 이후에도 경주 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나간다. 국제행사를 치른 도시답게 글로벌 기업 유치, 연구기관 연계,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등 청년이 머물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성공 개최’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넷째, 행정은 성과 홍보가 아니라 전환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언제까지 “APEC 덕분에”라는 말만 반복할 것인가. 이제는 APEC 이후 5년,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시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목표, 재원, 일정, 책임 주체가 명확한 계획만이 신뢰를 만든다.
병오년은 불의 기운처럼 변화와 결단을 요구하는 해다. 경주시가 새해에도 과거의 성과에만 머문다면, APEC은 자산이 아니라 소모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전략이며,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경주는 이제 ‘성공 개최’를 넘어 ‘지속 성장’으로 답해야 한다.
신라신문 발행인 은 재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