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04(금)
 
  • 장군교와 달리 생활권 연결·보행 수요 불분명…사업 실효성 의문
  • 디자인 공모에 앞서 이용객·접근성·유지관리 비용부터 검증해야

북천 철길.JPG

 

[신라신문=은윤수 기자] 경주시가 북천 폐철교를 새로운 보행 명소로 조성하기 위한 디자인 공모에 나섰지만 정작 누가 이 다리를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부족해 사업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주시는 '역사 위를 걷다,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2026 경주시 경주다움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한다. 동천동에 있는 길이 약 210m의 북천 폐철교를 시민과 관광객이 이용하는 보행교로 바꾸고, 경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북천 폐철교가 실제 시민 생활권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입지와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지는 충분히 검토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보행교인 장군교는 성건동과 충효동 주민들의 왕래를 돕고 산책과 운동을 위한 생활 보행로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인근 주거지역과 산책로를 연결하는 분명한 기능과 이용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북천 폐철교는 주변 생활권과 주요 관광 동선의 연결성이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다. 시민들이 일상적인 이동이나 운동을 위해 반드시 이곳을 지나야 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만한 대표 관광지와도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폐철교를 보행교로 바꾼다고 해서 곧바로 시민과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리의 외형을 새롭게 꾸미는 것만으로 이용 수요까지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주시가 제시한 '새로운 랜드마크'라는 표현도 다소 성급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랜드마크는 행정기관이 이름을 붙인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접근성과 활용성, 주변 콘텐츠, 시민들의 지속적인 이용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특히 보행교 조성 이후 발생할 시설물 관리와 안전점검, 조명 운영, 보수비용 등도 따져봐야 한다. 초기 사업비뿐 아니라 매년 투입될 유지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단순한 디자인 공모에 앞서 사업 타당성과 장기적인 활용계획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순서다.


현재 경주시는 공모전 대상 1점을 비롯해 모두 9개 작품을 선정하고 총 12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선정된 작품은 향후 공공디자인 사업의 기초자료와 홍보·전시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디자인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용할 사람이 적다면 보행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또 하나의 유휴시설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철도시설이라는 상징성과 장소성을 보존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보존이 반드시 보행교 조성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폐철교를 활용하려면 먼저 예상 이용객과 접근 경로, 인근 주차 공간, 대중교통 연계성,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결 가능성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성건동과 충효동을 연결하며 생활밀착형 기능을 수행하는 장군교처럼 북천 폐철교 역시 시민들이 실제 이용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관광객 유입을 목표로 한다면 폐철교 하나만 꾸미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주변 공간과 북천 산책로, 인근 문화자원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하는 종합적인 구상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계획 없이 외형적인 디자인에만 집중할 경우 '보여주기식 랜드마크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모 접수는 오는 9월28일부터 10월2일까지 진행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개인 또는 2명 이내의 공동작품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대상에는 400만 원이 지급된다.


경주시는 디자인 공모를 서두르기 전에 시민들에게 사업의 필요성과 예상 이용 수요, 조성 비용과 향후 관리계획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인근 주민과 보행로 이용자, 관광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도 필요하다.


도시의 역사자산을 되살리는 일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활용 목적과 이용 주체가 불분명한 사업에 '랜드마크'라는 이름부터 붙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북천 폐철교가 진정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되려면 '어떻게 꾸밀 것인가'보다 '누가, 왜 이용할 것인가'에 먼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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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 폐철교 보행교 추진…'누구를 위한 랜드마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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