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0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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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신문=은재원 기자]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로 반입한 핵폐기물 드럼에서 무더기 부적합 사례가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원자력 전문 연구기관이 반입한 방사성폐기물 가운데 상당수가 인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폐기물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문제의 폐기물은 지난해 9월 경주 방폐장에 반입된 뒤 처분되지 못한 채 현재까지 인수저장건물에 임시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부적합 핵폐기물을 경주에 계속 보관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반입한 694드럼의 전량 반송을 촉구했다.


경주 방폐장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반입한 폐기물 드럼의 샘플 검사 과정에서 모두 32개의 부적합 드럼이 확인됐다.


검사 유형별로는 '보통검사'에서 9개, 검사 기준이 한층 강화된 '까다로운 검사'에서 23개가 각각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전체 샘플 검사 수가 몇 개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부적합 드럼이 32개라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전체 검사 대상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정확한 부적합률과 검사 진행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주방폐장 감시.jpg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반입한 694드럼은 모두 29개 로트로 구성돼 있다. 보통검사는 로트당 2개 드럼을 샘플로 추출해 검사한다. 5개 로트를 연속 검사하는 과정에서 2개 로트에서 부적합 드럼이 발견되면 검사 수준을 '까다로운 검사'로 전환한다.


까다로운 검사는 로트당 샘플 수를 3개로 늘린다. 이후 5개 로트에서 연속으로 부적합 드럼이 발견되면 검사를 중단하고 해당 폐기물 전량을 부적합으로 판정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절차를 29개 로트에 적용하면 검사한 샘플은 최대 69개로 추정된다. 최대치인 69개를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32개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면 부적합률은 46.4%에 이른다. 샘플 수가 69개보다 적었다면 부적합률은 절반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는 전체 샘플 수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사 매뉴얼을 토대로 경주환경운동연합이 추산한 수치다. 정확한 부적합률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검사 대상과 검사 결과, 로트별 판정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일부 드럼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핵폐기물은 포장 상태와 방사능 농도, 유해물질 포함 여부, 폐기물의 형태와 고정화 상태 등 처분시설의 인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기준을 벗어난 폐기물이 처분시설로 반입될 경우 작업자 안전과 장기 처분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폐기물을 반입한 기관이 국내 원자력 연구를 대표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원자력 안전과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가장 높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춰야 할 국책 연구기관에서 대규모 부적합 사례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원자력 행정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인수저장건물에 보관 중인 694드럼의 처리 방안을 놓고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검사나 보완 처리 뒤 처분할 것인지, 반입 기관으로 되돌려보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방침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부적합 폐기물의 처리 방안을 두 기관 간 협의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방폐장을 수용한 경주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검사 결과와 부적합 사유, 향후 처리 계획을 시민에게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일로에 방폐물 정치작업을 하는 모습.jpg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019년에도 경주 방폐장에 부적합 방사성폐기물을 반입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당시 사태로 방폐장 운영이 1년 넘게 중단되는 등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관에서 또다시 대규모 부적합 의혹이 불거지면서 과거 사고 이후 마련한 재발 방지대책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불가피해졌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부적합률이 1%만 나와도 납득하기 어려운 핵폐기물 관리에서 샘플의 절반가량이 부적합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태"라며 "문제가 확인된 일부 드럼만 선별해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반입한 694드럼을 전량 반송하고 규제기관은 폐기물의 발생부터 분류·포장·검사·운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며 "부실 관리가 반복된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 방폐장은 국가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에 대한 지역사회의 신뢰를 전제로 운영되는 시설이다. 부적합 폐기물의 반복 반입을 막지 못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안전성 논리와 주민 수용성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한편 이번 사태를 두 기관 사이의 행정적 협의로 봉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694드럼의 정확한 검사 결과와 부적합 원인, 장기간 임시 보관에 따른 안전성, 향후 처리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전량 반송 여부와 함께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폐기물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점검하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반복되는 부적합 핵폐기물 반입을 막는 출발점은 명확하다. 감추지 않는 정보 공개와 철저한 원인 규명, 책임 있는 후속 조치다. 이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규제기관이 경주시민 앞에 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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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방폐장 덮친 '부적합 핵폐기물'…694드럼 전량 반송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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