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적 강수량 평년의 58%…6~7월 강수량은 28% 그쳐
- 경주 저수율 41.0%·안강 하곡지 16%…농경지 곳곳 타들어가
- 덕동댐 방류 확대·관정 개발·하천 굴착…범시민 절수운동 돌입
[신라신문=은재원 기자] 연일 38도를 웃도는 극한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경주지역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장마철에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가 이어지면서 저수지 수위가 빠르게 떨어지고 농경지가 말라가는 등 피해가 현실화하자 경주시가 가뭄 비상대응에 들어갔다.
경주시는 덕동댐 방류량 조절과 신규 관정 개발, 하천 굴착, 양수기 지원 등 긴급대책을 추진하고 필요할 경우 예비비까지 투입해 농업용수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경주는 지난 2일 낮 최고기온이 40.3도까지 치솟았다. 기상청은 경주지역에 연일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했다.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강수량까지 크게 줄면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물 부족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올해 경주지역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58%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농업용수 수요가 집중되는 6월과 7월 강수량은 평년의 28%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내린 비는 87㎜로 지난해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2017년 절수운동 이후 최악의 가뭄 상황을 보이고 있다.
저수지 수위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8월3일 기준 경주지역 저수율은 41.0%로 경북도 평균 저수율 58.2%를 크게 밑돌았다. 평년 경북지역 저수율 71.6%와 비교하면 물 부족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경주 최대 곡창지대인 안강평야의 상황은 더 위태롭다. 안강읍 하곡지의 저수율은 16%까지 떨어졌다. 일부 논은 물 공급이 끊기면서 바닥이 갈라지고 볏잎이 마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농민들은 농수로에 남은 물을 논으로 끌어오기 위해 양수기를 연달아 가동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도 하천 바닥을 굴착하고 양수기를 2단과 3단으로 연결해 저수지로 물을 퍼 올리는 등 지난달 24일부터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현재 벼농사는 이삭이 만들어지는 수잉기에 접어들어 모내기 때보다 많은 물이 필요한 시기다. 비가 제때 내리지 않으면 벼 생육 부진과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농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생활용수 공급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경주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덕동댐 저수율은 58%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하루에 생활용수 약 5만톤과 농업용수 약 10만톤을 동시에 공급하면서 수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당장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단계는 아니지만 가뭄이 장기화하고 가을까지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시민들의 수돗물 사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농업용수 확보를 가뭄 대책의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덕동댐 방류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외동읍 등 용수 부족지역에 공급되는 물의 양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마을상수도는 농업용수로 전환하고 물 부족이 심한 지역에는 신규 관정을 개발한다. 하천 굴착과 양수기 지원 등 즉시 시행할 수 있는 사업은 행정절차를 단축해 우선 추진한다.
대규모 사업이나 추가 시설이 필요한 지역에는 예비비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읍·면별 저수율과 농작물 피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물 부족이 심각한 지역부터 장비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경주시는 농업용수뿐 아니라 생활용수 부족에 대비한 범시민 절수운동도 시작했다. 아파트와 풀빌라, 목욕탕 등 물 사용량이 많은 시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절수를 요청하고 덕동댐 저수율이 더 낮아질 경우 절수운동의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주낙영 시장은 지난달 26일 김석기 국회의원과 임활 경주시의회 의장, 시·도의원 등과 함께 외동읍 말방리 농업용수 공급 현장을 찾아 저수율과 용수 공급 상황을 점검했다.
주 시장은 "벼 출수기를 앞둔 농경지에는 신속한 용수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가을장마가 늦어질 경우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생활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석유만큼 물이 귀한 시대"라며 "가뭄 극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시민들도 수도꼭지 하나라도 아껴 쓰는 범시민 절수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활 의장은 "가뭄으로 인해 시민의 일상생활은 물론 농업과 산업 현장까지 어려움이 확산되고 있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우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주민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며 경주시의회도 가뭄 피해의 해소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록적인 폭염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경주지역 가뭄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농업용수 부족이 수확량 감소로 이어지고 생활용수까지 위협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신속한 용수 확보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절수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