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04(금)
 
  • 주민 신고에도 '복구 명령'만…보도 뒤 땅 파자 불법 폐기물 드러나
  • 계곡물서 페놀·납·구리 검출…환경단체 "늑장 행정 감사·즉각 대집행"

침출수.jpg

 

[신라신문=은재원 기자] 검은 침출수와 악취로 뒤덮인 경주시 손곡동 계곡 아래에서 최대 5만 톤에 달하는 폐기물이 발견됐다. 오염수가 유입된 하천에서는 페놀류와 납·구리까지 검출돼 대규모 환경오염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민이 처음 오염을 신고한 시점은 지난 5월8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 달 넘게 매립 실태 확인과 오염 차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주시의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골짜기 뒤덮은 폐기물 5만 톤

폐기물이 확인된 곳은 손곡동 227번지 동쪽 임야와 맞닿은 골짜기다. 매립 구간은 폭 30m, 길이 130m, 높이 60m 규모로 오폐수 슬러지와 제강슬러지가 섞인 무기성 오니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시는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천북 화산지역 건설현장 등에서 나온 토사를 실은 차량 약 620대가 해당 부지로 들어간 사실을 파악했다.


시는 불법 성토로 판단해 지난 5월11일 원상회복 처분을 사전 통지하고 6월24일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굴착조사를 하지 못했고 침출수 차단을 위한 적극적인 방재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도 다음 날 굴착하자 불법 매립 드러나

사태의 실체는 경주환경운동연합과 지역 언론이 지난 15일 검은 오염수와 심한 악취 문제를 제기하면서 드러났다.


경주시 자원순환과는 다음 날인 16일 토지 소유자의 반대에도 굴착 장비를 투입했다. 7∼8개 지점을 파낸 결과 폐기물로 추정되는 매립 물질이 확인됐다.


굴착 결과 침출수는 매립지 하단부에서 계곡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의 하천수 검사에서는 페놀류와 납·구리 등 유해 성분까지 검출됐다.


폐기물 방수포.jpg


■뒤늦은 방재조치마저 '허술'

경주시는 폐기물 확인 직후 굴착 장비 3대를 동원해 토사 방호벽과 가제방을 설치하고 매립지 상부 약 1500㎡를 방수포로 덮었다. 12톤 규모의 저류조를 설치하고 하천 오염수 10톤도 수거해 처리했다.


그러나 경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1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방수포 일부가 바람에 벗겨져 있었고 로프와 블록 등 기본적인 고정 장치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빗물이 매립지로 스며들어 침출수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최초 신고가 접수된 뒤 최소 두 달 동안 계곡 오염이 사실상 방치됐다"며 "원상회복 명령만 내리고 적극적인 오염 차단에 나서지 않은 것은 심각한 행정 공백"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행위자의 자발적인 복구만 기다릴 경우 피해가 장기화할 수 있다"며 "긴급 예산을 편성해 행정대집행에 나서고 초기 대응이 늦어진 과정도 감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책임자 추적·복구비 확보가 관건

경주시는 자원순환과장을 총괄로 4개 팀 9명의 사고수습반을 꾸렸다. 침출수와 하천 오염수를 정기적으로 수거하고 20톤 규모의 집수탱크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토지 소유자 A사와 공사업체 B사, 성토재 납품업체 C사에 대해서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불법 개발행위와 산지 무단 훼손, 물환경보전법 위반 여부도 조사한다.


하지만 공사업체 대표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관련자들이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이 있어 실제 행위자를 특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책임자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할 경우 복구가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한 행정대집행 비용 확보와 함께 폐기물 반입 경로 규명, 초기 대응이 늦어진 경위에 대한 자체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관련자를 끝까지 추적하고 행정력을 집중해 추가 오염을 차단하겠다"며 "신속한 방재와 복구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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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대응이 키운 손곡동 참사…폐기물 5만 톤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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