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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청렴하면서도 유연해야
- '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이 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가 "접시를 열심히 닦다가 깨트린 사람은 보호해 주고, 접시를 닦지 않아 먼지가 끼도록 두는 사람은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며 공무원들에게 적극 행정을 장려한데서 나온 말이다. 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은 과거에도 있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20년 1월 취임사에서 "일하다 접시를 깨는 일은 인정할 수 있어도,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신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손도 베이고 그릇도 깨고 하는데 그릇 깨고 손 베일 것이 두려워 아예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역대 정부마다 접시깨기 행정을 주문한 이유는 "새로운 일에 손을 댔다가 책임지기 보다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나서달라는 말인데, 여기서 말하는 '적극적'이란 단순히 '소극적'의 반대말이 아니다. 일례로 한번 쓰고 버려지는 애물단지 '아이스팩'의 수거·재활용 시스템도 다름 아닌 공무원의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아이디어를 낸 서울 강동구청 최병옥 주무관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아이스팩 재사용 체계를 구축한 덕분에 2년 간 아이스팩 20만1990여개를 수거해 생활쓰레기 101톤을 줄일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20년 5월 정부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국민을 위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 당시 지급 3주 만에 대상자 99%가 지원금을 수령할 만큼 신속한 속도를 보였는데, 이는 민간 카드사 홈페이지와 연계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행안부 이빌립 서기관의 아이디어 덕분에 가능했다. 적극 행정 사례는 경주시에도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교량 신설 대신, 보행로를 활용해 우회전 전용 차로를 신설하고 교량 측면에 보행자용 데크를 만들자는 역발상 역시 공무원의 아이디어였다. 경주시 신재목 주무관의 아이디어 덕분에 교통정체를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예산 90억원도 아낄 수 있었다. 흔히들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청렴이라고 한다. 청렴해야 공정해지고, 공정해야 신뢰가 생긴다. 하지만 지나치게 청렴만 강조하다보면 유연함을 잃게 되어 적극 행정을 할 수 없게 된다. 명나라 시대 '해서(海瑞 1514-1587)'라는 유명한 청백리가 있었다. 그는 우도어사(감찰부장)까지 오른 정2품의 고위 관료였지만, 사망 후 남긴 재산이 장례를 치르기에도 모자라 동료 관원들이 돈을 걷었다는 일화가 있다. 더 대단한 것은 해서가 평생토록 이런 수준의 청렴함을 유지하고 살았다는 것인데, 그는 평생 술과 고기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한번은 그가 병약한 노모를 위해 고기 두 근을 사자 "해서가 고기를 두 근이나 샀다"는 소문이 관가에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도가 지나치다 못해 매정하다고 해야 할까, 사실 해서는 강직함으로 시기와 원성을 사 수차례 파직을 당해야 했다. 해서의 삶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엇갈린다. 탐관오리들로 가득한 부패한 세상에 한줄기 빛이었다는 호평과 함께, 결벽증에 가까운 강퍅함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어 실제 큰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처럼 해서는 시대와 불화했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이중텐 '품인록' 중) 2023년 현재를 살아가는 공무원들은 해서의 어떤 면을 취하고, 또 어떤 면을 버려야 할까? 만약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법과 규정만을 고집한다면, 시민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해결해 줄 적극행정은 불가능하다. 높아진 시민들의 기대와 욕구를 감안할 때 해서가 추구했던 얼음장 같은 강직함이 능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민원을 해결해 줄 수 있어야 유능한 공무원이다. 청렴하되 무조건 강직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들이 청렴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청렴만 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경주시장 주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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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청렴하면서도 유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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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산불!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 요즘은 산불이 발생했다하면 초기진화 되는 화재보다는 한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대형 산불이 주류를 이룬다. 필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산불은 2005년 강원도 양양 천년고찰 낙산사를 집어 삼키는 동해안 산불이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도 화마의 희생양이 되어 전소된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올해 발생한 영덕, 고령, 울진 산불 등 경상북도에서도 대형 산불이 경북지방을 휩쓸고 있다. 산불하면 산림청 헬기가 불을 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산은 지형의 높낮이가 다르고 접근성이 떨어져 헬기 같은 기동장비가 산불 진압에는 제격이지만 야간이 되면 헬기는 안전사고 우려가 상당히 높아 화재 진압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소방은 산불 진화 시 산림인근 주택방어에 전력을 쏟고 산은 주로 산림청이나 산불진화 요원, 군부대 등이 진화에 나서지만 소방 만큼 화재진화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고 본다. 소방도 산불 진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지만 산림인근 주택방어에만 전력을 쏟는 관계로 소극적으로 화재방어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소방이 국민들에게 보다 믿음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적극적 이어야 한다. 산불진화를 위해서는 산불차와 소형 펌프차 등 좁은 길에도 적응성과 기동성이 뛰어난 차량을 현장에 투입하여야 하고 안전을 확보한 환경에서는 과감히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방어적인 소극적 화재진압보다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화재진압이 앞으로 소방이 산불을 대하는 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무모하지 않는 선에서, 소방이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소방의 사명인 것이다. 예전처럼 산에는 인적도 드물고 나무를 땔감으로 쓰지 않기 때문에 산림이 울창하여, 거기에다가 건조한 날씨에서는 불씨만 떨어지면 삽시간에 산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는 거는 시간 문제다. 산불을 방지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산림인접 지역에서 쓰레기 소각하는 것은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이로 인한 작은 불티가 산에 붙으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급속하게 산불이 번진다. 대대적인 홍보로 ‘태우면 산불 난다’라는 인식을 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하고 처벌의 강도도 상당부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입산자 중에 라이터, 성냥 등 화기취급자에 대해서는 입산금지와 아울러 처벌을 강화하여 ‘화기소지는 입산금지’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산에서 취사하는 행위도 엄단되어야 한다. 셋째, 산불을 발견했을 때는 정확한 위치를 신고해야 하고 산불 발생 위험 행위를 발견할 때는 제지하거나 소방관서에 신고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림인접 지역에서는 흡연을 삼가야 한다. 무심코 버린 담뱃불로 인해 감당 못할 엄청난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봄철 화재예방대책 일환으로 경북 도내 소방관서에서는 산림인접마을에 대해 화재예방 순찰을 강화하고 있고, 소방차 진입불가 산림지역에 대해 산불대응 집중훈련을 하여 경북에서 추가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산불! 한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명심하고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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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산불!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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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가정에 안전이 깃듭니다"
- 우리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주거공간이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변화하는 계절, 자연환경, 야생동물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주거지를 조성해 왔고 울타리와 담장도 쌓으며 개인의 공간을 외부로부터 더욱 견고하게 지켜왔다. 이는 보다 안전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의 본능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최근에는 전례 없는 감염병의 창궐로 인해 주거공간은 외부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역할로서의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내부에서는 새로운 위험요소가 생겨나곤 한다. 전기와 가스처럼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며 이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 것들은 1년 365일 안전만을 생각하는 소방관의 시각에서는 위험으로 가득해 보이기도 한다. 안전수칙만 준수한다면 이토록 유용한 것이 없겠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어느 순간에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변한다. 그 중에서도 불은 가정 내 작은 곳에서 시작하지만 거대한 화마로 급변하여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가기도 한다. 화재는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주거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 그 피해가 더욱 막심하다. 소방청 국가화재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북도내 주거시설 화재는 총 842건 발생해 전체 화재의 25.3%만을 차지했지만 인명피해는 59.6%가 주거시설에서 발생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이 통계수치는 소방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준다. 보다나은 가정의 안전과 화재예방문화 조성을 위해 실질적으로 효과있는 정책을 전개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7년 2월5일부터 모든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해 안전을 확보하도록 관련 법령이 시행됐다. 이 시설들은 간단한 구성으로만 이뤄져 있지만 화재로 인한 위급한 순간에는 어떠한 첨단장비 보다 우수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조사결과 전국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39.7%로 아직까지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이 주택용 소방시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소방시설의 효과를 충분히 알리지 못한 소방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에 소방에서는 올해를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집중 홍보의 해'로 지정함으로써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주택용 소방시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려 한다. '감지기 소리를 듣고 이웃주민을 구했다', '소화기를 사용해 큰 불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라는 실제 사례들을 적극 소개하고 생활 접점에서 소방시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 그동안 낯설게만 느껴졌던 소방시설이 익숙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변화되길 기대한다. 홍보의 사각지대에 있는 재난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지역기관‧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직접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해 나가고자 한다. 눈높이에 맞는 안전교육 또한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더 이상 안전 사각지대로 남지 않도록 면밀히 관리하고 모든 가정의 내부에 안전이 깃들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끊임없이 연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궁극적으로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문화 정착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위험은 예견만 할 수 있어도 이미 절반은 피한 것이라고 했다. 평소 가정의 안전점검을 통해 우리는 수준 이상의 안전은 확보할 수 있다. 비록 우리가 미처 예측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위기의 순간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도구는 가까이에 존재한다. 작지만 확실한 화마의 천적,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 통해 대한민국 모든 가정이 화재로부터 안전한 삶을 이루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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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가정에 안전이 깃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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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학기 수학교과서 공부비법"
- 안녕하세요. 교육구국의 철학으로 교육을 실천하는 유홍석입니다. 새 학기인지라 학생부터 학부모님까지 많이들 긴장이 돼 있을 텐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교과서로 공부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드릴게요. 이런 이야기가 있죠. 전교1등한 학생에게 “공부비법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았더니 “저는 교과서로 예습을 철저히 하고 수업시간에 집중하여 배운 것을 자습시간에 한 번 더 복습하고 더 필요한 부분은 EBS로 보충했습니다.” 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거에요. 이 말은 터무니없는 말은 아닙니다. 물론 이 학생은 많은 문제집과 기출문제를 풀어보았을거에요. 오늘 주제는 바로 교과서 공부비법입니다. 많은 교사 분들은 가르침에 있어 지침서인 교사용지도서로 수업계획을 세웁니다. 수업계획을 세우시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학습목표이구요. 이 학습목표를 그 수업 안에 학생들이 이뤄낼 수 있도록 수업준비를 하십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이 학습목표를 미리 무엇인지 알고 예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내일 배우는 내용이 피타고라스의 정리라고 해보자. 그러면 교과서를 펼쳐서 학습목표를 한 번 보자.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사이의 관계를 알아보고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해 말할 수 있다.’ 라고 되어있을 것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밑변과 높이 길이의 제곱의 합은 빗변의 길이의 제곱과 같다. 그 중 예를 들어 각삼각형의 세변의 길이가 3,4,5일 때, 세변의 길이의 제곱을 보면 각각 9, 16, 25이다. 이는 9+16=25가 성립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예를 미리 교과서에 있는 것에 예제를 몇 문제를 풀어 보고 시간이 더 된다면 EBS영상 또는 유튜브 영상에서 피타고라스가 어떻게 해서 이러한 정리를 발견하게 되었나? 같은 영상들이 많을 것이다. 학교에서 시간이 된다면 동기유발을 하는 영상들을 보여 줄 수 있을 테지만 시간이 없을 수 있으니 스스로가 한 번 보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예를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들었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내일 배우는 내용을 미리미리 예습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겠다. 이제 수업시간이 기다려질 것이다. 내가 예습을 했기에 선생님께서 어떤 내용을 가르쳐주실 지부터 수업시간에 발표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말이다. 자 수업시간이 되었다. 선생님말씀에 쫑긋 귀 기울이고 칠판을 보며 집중해서 공부하자. 수업이 끝난 후 이해가 덜 된 내용이 있다면 수업이 마치고 하교시간에 수학선생님께 찾아가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는 학생이 되어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겠다. 하지만 신학기에는 선생님들께서 나이스와 같은 업무를 하시느라 바쁘실 수 있으니 눈치껏 하는 것이 좋겠다. 개인적으로 공부가 더 필요한 학생이라면 학원이나 인터넷강의 등을 이용하여 더 보충적으로 공부를 하고 무엇보다도 그날 배운 내용은 바로 복습하는 것이 가장 좋다. 수학 교과서 공부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다시 풀어보기 그리고 교과서 안에 있는 유제, 연습문제, 심화문제 및 익힘책 문제들을 바로 풀어보자. 만약 모르는 것이 있다면 체크해두고 수학을 잘하는 친구나 선생님에게 따로 질문하는 학생이 되자. 자 마지막으로 학습목표를 내가 스스로 완벽하게 달성했는지 수학노트에 이해한 내용을 깔끔하게 노트화하거나 마인드맵형태로 자유 서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되고 싶다면 유형별문제집을 사서 풀어보고 다 풀었다면 심화문제집을 사서 푸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이 방법을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되어있을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수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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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학기 수학교과서 공부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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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옥산서원과 독락당을 찾아서
- ■ 회재 이언적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은 조선 전기 성리학의 정립에 선구적 역할을 한 인물로서, 주희(朱熹)의 주리론적 입장을 정통으로 확립하여 이황(李滉)에게 전해주었다. 이언적과 옥산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504년(연산군 10) 14세에 고향인 양좌동(양동마을)에서 멀리 않은 정혜사(定惠寺)에 머물면서 성리학 공부를 하였다. 이후 이언적은 1514년(중종 9) 별시에 급제해 관직생활을 시작함으로써 자신의 성리학 이론의 정치적 실현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1532년(중종 27) 김안로(金安老)의 등용을 반대하다 정적들의 공격으로 파직되자 낙향을 하게 된다. 이 때 그는 어릴 때의 인연이 있었던 옥산으로 들어와 독락당(獨樂當)을 창건하고 약 5년간 머물며 학문적 업적을 완성해 나가게 된다. 옥산서원(사적 제154호)은 이언적 사후 19년 후인 1572년(선조 5)에 당시 경주부윤 이제민(李齊閔)이 지방 유림의 건의에 따라 건립되었다. 서원은 설립 후 1574년 사액 서원이 되는 등, 당시 조선왕조의 서원진흥책에 힘입어 급속히 발전하였다. 특히 제향자인 이언적이 1610년(광해군 2)에 ‘동방5현’으로 문묘에 종사되자 서원은 경주부의 교육·정치·사회적 활동의 중심지 역할로 자리 잡게 되었다. ■ 옥산서원의 들머리 옥산서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영천과 안강을 잇는 28번 국도 옥산삼거리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약 1km를 올라가면 길 좌우측으로 아름드리 소나무 몇 그루가 눈에 띈다(그림 1). 그 중 왼쪽편의 소나무는 오는 손님에게 인사라도 하는 듯 고개까지 숙이고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이 소나무 몇 그루가 옥산서원 영역의 시작점이자 서원 관람의 출발점이 된다. 이언적 사후 그의 발자취를 쫓아 여러 인사들이 옥산을 다녀갔고, 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 중 이황의 후손인 이야순(李野淳)은 1823년(순조 23)에 옥산서원을 방문한 뒤 이언적의 은거지에 구곡원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옥산서원 일대에 옥산구곡(玉山九曲)을 설정하였다. 이 소나무 숲은 그 중 제1곡 송단(松壇)이다. 이에 대해서는 옥산구곡의 조영 배경이 잘 나타나 있는 남려(南廬) 이정엄(李鼎儼)의 『옥산동행기(옥산동행기)』에 잘 나타나 있다. 이야순이 또 돌아보고 말하기를, “여기는 서원 마을의 문이 되는 곳인데, 어찌 첫머리 입구로부터 구곡의 지형을 논의하여 결정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였다. 이에 여러 사람들이 말에서 내려 걸어서 송단에 이르러, “이곳은 향과 폐백을 올리기 위해 관인들이 머물고 쉬면서 대개 관복으로 갈아입는 곳이니 제일곡(第一曲)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한가?”라고 하였다. ■ 옥산서원 관람은 옥산천을 건너가야 제 맛이다 옥산2리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면 독락당과 옥산서원 방향이 갈리는 작은 다리가 있다. 여기서 옥산서원으로 가려면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우측 작은 오솔길로 접어들어 옥산천을 따라 조금만 가면 유물전시관이 있고 이내 옥산서원이 보인다. 그러나 이 길은 근래에 들어 차량 진입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또 다른 진입로는 다리에서 좌측 독락당 방향으로 약 300m 더 걸어 올라가 우측(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옥산천의 외나무를 건너가는 길이다. 바로 이 길이 과거 조선시대 선조들이 이용했던 주 진입로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물을 가로질러 건너는 접근 방식은 사찰, 서원 등 우리 전통 건축문화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형태이다. 물길을 건너는 것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세속의 세계인 이곳에서 구도와 학문의 세계인 저곳으로 넘어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풍수의 관점에서는 산줄기의 기운이 물줄기로 가두어진 명당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과거 옥산천 물줄기를 건너 서원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몇몇 남아 있다. 그 첫 번째는 하마비(下馬碑)다. 하마비는 서원 등의 전통 건축물을 포함해 왕이나 장군, 성현들의 출생지나 무덤 앞에 세워져 있는 돌비석(石碑)이다. 하마비 앞에서는 글자 그대로 누구나 말에서 내려야 하며, 이것은 배향하는 인물 및 무덤 속의 주인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옥산서원의 하마비는 근래 그림2의 B지점으로 옮겨졌지만, 불과 몇 년 전 까지 A지점에 있었다. 하마비의 위치는 과거의 선조들이 옥산천을 건너 서원으로 들어갔음을 말해준다. 둘째, 옛날 진입로로 들어왔을 때, 서원 건물과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산봉우리가 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그림 3). 풍수에서 터의 바로 뒤를 받치고 있는 산을 주산(主山)이라 한다. 옥산서원의 주산은 서원의 뒤(동쪽)에 있는 182m봉이다. 주산의 형태가 솥뚜껑을 엎어놓은 듯 반듯하고 균형이 잡혀 있는 길한 모습으로, 서원 건물을 포근히 감싸 안고 있는 듯하다. ■ 옥산서원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이쯤에서 옥산서원의 산줄기 체계를 들여다보면, 서원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출발점은 낙동정맥 상의 600m봉이다(그림 4). 낙동정맥이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동안, 600m봉에서 동쪽으로 뻗어 나온 하나의 산줄기가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어래산(572m)을 일으킨다. 풍수에서는 한 도시를 대표할 만큼의 큰 역량으로 후방을 받치고 있는 산을 진산(鎭山)이라 하는데, 어래산이 안강읍의 진산이 된다. 어래산에서 서쪽으로 뻗어간 산줄기는 다시 남쪽으로 뻗어 가 서원의 주산인 182m봉을 일으킨 다음 서원으로 이어진다. ■ 옥산서원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이며, 특히 겨울의 북서풍은 건축 및 난방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 선조들의 생존까지도 위협했다. 따라서 자연히 사람이 살아가는 건축물의 터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요지(凹地)형이 선호되었다. 옥산서원 또한 주위 산줄기로 둘러싸인 요지형에 터를 잡아 바람의 피해를 막고자 하였다. 서원 정문인 역락문에 들어서 무변루를 마주해 우측으로 고개 를 돌리면, 약 1m 높이의 둔덕이 보인다(그림 5). 둔덕 위는 작은 공터로 되어 있고, 그 위로는 관리사 건물이 있다. 이 둔덕이 옥산서원의 청룡 산줄기다. 그리고 그 반대쪽(북쪽)에는 비슷한 높이의 산줄기가 뻗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이것은 서원의 백호 산줄기다. 따라서 청룡과 백호 산줄기로 둘러싸인 내부에 서원의 중심 공간인 강학 영역이 배치되어 있다. 서원을 감싸고 있는 담길을 따라 뒤편에 가면 옥산서원과 마주보고 있는 자옥산을 볼 수 있다. 풍수에서는 터 앞에 있는 산을 안산(案山)이라 한다. 안산은 터와 직접적으로 산줄기가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높이와 형태 등에 따른 기운을 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옥산서원의 안산은 자옥산이다(그림 6). 옥산서원의 ‘옥산(玉山)’ 이라는 명칭이 ‘자옥산(紫玉山)’에서 유래되었을 만큼 자옥산의 형태는 풍수적으로 길상이다. 마치 한 마리의 큰 새가 날개를 좌우로 펼치고 서원을 향해 날아오는 듯한 형상이다. 풍수에서는 이러한 형상을 두고 ‘주작상무(朱雀翔舞)’라고 하며, 대단히 길하게 여긴다. 옥산서원을 방문한다면 돌담 뒤로 돌아가 서원 지붕 너머로 보이는 자옥산을 꼭 한 번 보기를 권한다. ※ 본 글의 일부 내용은 한국서원연합회, 『한국의 서원유산1』, 도서출판 문사철, 2014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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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옥산서원과 독락당을 찾아서